취임 6주 만에 90여개 … 트럼프 규제 철폐 박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후 약 6주 만에 각종 행정명령으로 폐기 또는 지연시킨 규제조치들이 9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5일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 부처와 공화당 주도 하원이 집행을 미루거나 중단, 또는 폐기한 규제조치가 90개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이중 75건은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결정돼 발효날짜를 기다리고 있던 것들이다. 하지만 현재는 발효 시점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고, 앞으로 폐기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가 연기 또는 폐기한 규제들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등 금융기관에 부과된 고위험성 거래에 대한 규제, 버라이즌과 AT&T 등 통신사들에 부과됐던 고객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총기를 살 수 없도록 한 규제, 수질보호법 재검토 등 금융부터 총기소유, 환경까지 광범위하다. 대부분 오바마 전 정부 때 도입됐던 것들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된 규제조치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수 주간 수십개의 규제폐기 조치를 추가로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폐기한 규제들은 대부분 업계 및 로비회사, 이익단체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업계는 거의 매일같이 백악관에 규제 폐기 요청 서한을 보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17개 자동차 제조사들이 마일리지 기준 완화를 요청했고, 제약업계는 의사의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약의 판매 및 광고에 대한 규제 폐기를 요청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대표로 있는 기업인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16개의 규제철폐 희망목록을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CEO 임금 규제, 분쟁지역 광물 거래 규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개는 이미 철폐가 검토 중에 있다. 규제철폐에 동조하는 공화당도 의회에서 의회검토법을 활용해 조만간 25개의 규제를 추가로 폐지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수십년간 역대 행정부의 규제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어 엎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규제 1건 도입시 2건을 폐기하도록 한 행정명령을 발동시켰으며, 스티브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최근 연설에서 "행정국가의 해체"를 주장하면서 규제 폐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각종 규제들을 일사천리로 폐기하고 있는데 대해 환경단체, 노동계, 소비자 운동단체 등은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137개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은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 국민들은 건강과 안전, 환경 및 금융 위기에 더 노출되기 위해 대통령선거 투표를 한 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규제철폐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